핵융합 에너지

지구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라는 아주 작은 알갱이들이 모여서 이루어져 있다. 공기 중에 있는 산소나 질소도 모두 작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자는 중심부에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라늄(235U)과 같은 무거운 원자핵이 외부에서 중성자가 와서 부딪치면 두 개 이상으로 쪼개지는 성질이 있는데 이를 핵분열이라고 하며 이 반응과정에서 질량결손이 생기게 되고 이때 없어진 열량은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변환공식(E=mc2)에 따라 많은 에너지로 방출된다. 핵분열이 일어날 때에는 많은 에너지와 함께 2~3개의 중성자도 함께 생성된다. 그 중성자는 다른 원자핵에 흡수되며 또다시 핵분열이 일어나고 이런 방법으로 연속적으로 핵분열이 일어나는 현상을 핵분열 연쇄반응이라고 한다. 이 핵분열 반응을 연쇄적으로 일으키는 것이 잘 알려진 원자폭탄이고, 폭발에 이르지 못하게 제어해서 발전에 응용하는 것이 우리가 흔히 부르는 원자력 발전이다. 핵융합 반응은 핵분열 반응과 동일한 물리적 원리를 이용하는 현상으로 수소의 동위원소들과 같은 가벼운 원소들의 핵이 초고온 상태에서 서로 결합하여 헬륨과 같은 좀 더 무거운 원소의 핵을 형성하는 반응을 말하며, 이때에도 질량결손에 의해 생겨나는 에너지는 방출되는 입자들의 운동에너지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 핵융합 반응을 연쇄적으로 일으켜 폭발에 이르게 하는 것이 잘 알려진 수소폭탄이고, 이를 제어된 방법에 의해 에너지화 하려는 것이 핵융합 에너지개발의 목표이다.

가장 적합한 핵융합의 연료로 주목 받고 있는 원소는 ‘중수소’이다. 물 1L에는 약 0.034g의 ‘중수소’가 존재하는데 이 양만 가지고도 서울 부산을 3번 이상 왕복할 수 있는 300L의 휘발유와 동일한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양을 감안할 때 이 ‘중수소’의 양은 거의 무한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구상의 1m 깊이의 바닷물을 모두 사용한다면 인류가 2000만년을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바닷물 1L 속에 있는 ‘중수소’를 추출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10원 정도에 불과하고 이 추출 과정은 주위환경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 1g을 융합할 경우 10,000L의 중유를 태운 것과 같은 열량을 낼 수 있다. 이는 곧 300g의 삼중수소와 200g의 중수소만을 가지고도 고리원자력 발전소보다 약 2배 큰 1,000,000 KW급 핵융합 발전소를 하루 동안 가동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핵융합연구는 초기의 예상과는 달리 자기장 속에 가둔 초고온 플라즈마의 불안정성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요구되는 높은 기술수준으로 인해 지속적인 연구에 비해 발전의 속도가 느렸으나, 1968년 소련 과학자들에 의해 토카막 장치를 이용한 천만도 고온에서의 안정된 플라즈마 밀폐 결과가 발표되어 본격적인 핵융합 연구가 활성화되었다.  이에 따라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토카막 장치에 의한 핵융합 연구는 괄목할 만큼 발전하기 시작하였고 1970년대 중반에 있었던 아랍권 국가들의 석유수출 금지조치의 결과로 석유가격 인상 등이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세계적 노력의 한 방법으로 선진국들에 의해 본격적인 핵융합 에너지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현재 주요 토카막 핵융합 실험장치는 일본의 ‘JT-60U 토카막’, 유럽연합의‘유럽 공동연구 토러스(JET)’, 독일의 ‘ASDEX-U’, 미국의 ‘DIII-D’ 등과 같은 중대형 토카막형 핵융합 실험시설이 건설되어 핵융합 연구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핵융합연구결과의 다양한 관련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하여, 핵융합 기술의 종합적인 실증을 목표로 한 ITER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핵융합실험로의 개발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원 하에 미국, 유럽연합, 일본, 러시아의 공동협력 과제로 1988년 개념설계를 시작으로 하여 1998년 현재 상세 설계를 완성하고 2010년경에는 150만KW 이상의 핵융합 에너지가 1,000초 이상 지속되는 핵융합 연구의 최종 실험장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5년 착수하여 2007년 개발을 완료한 KSTAR 토카막을 필두로 핵융합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으며, 2003년에 ITER 사업에 정식적으로 참여하면서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융합 에너지 개발에 대한 국제적 협력사업이 성공이 된다면 약 2050년 경에는 핵융합에너지가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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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국가 핵융합에너지 개발 로드맵

핵융합로 브랭킷

핵융합에너지를 생산을 위한 핵융합 반응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림 2에 도시된 바와 같은 핵융합 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토카막 내에 지속적으로 삼중수소가 공급이 되어야 한다. 핵융합로 브랭킷은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삼중수소를 Li의 핵분열 반응을 통해 증식시키고, 증식된 삼중수소를 토카막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토카막 내에서의 핵융합 반응과 브랭킷 내에서의 삼중수소 증식 (핵분열) 반응이 결합되어 하나의 완벽한 루프를 형성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토카막 내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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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토카막 내의 핵융합 반응과 브랭킷 내의 핵분열 반응 루프

핵융합로 브랭킷이 갖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핵융합 반응을 통해 생성된 고속 중성자들의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블랭킷을 이루는 구조재는 고속 중성자 조사 및 고온에서 건전한 특성을 나타내어야 한다. 현재 ITER에서는 각 참여국에서 주도하고 있는 다양한 개념의 시험용 브랭킷(test blanket module, TBM)이 설치되어 그 성능이 평가될 예정이지만, 브랭킷 구조재로 고려되고 있는 소재는 저방사화 페라이트/마르텐사이트강 (reduced-activation ferritic/martensitic steel, RAF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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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의 모식도 및 각 부품에 적용될 후보 소재

RAFM강은 기존의 FM강에 포함된 Mo이나 Nb 등과 같은 고방사화 원소를 W, Ta 등과 같은 저방사화 원소로 대체한 합금으로, 고방사화된 원자로의 해체나 고방사화 원자력 폐기물의 처리 문제를 경감하고자 개발되었다. 일본, 유럽연합 및 미국은 지난 30여년 간 RAFM강 개발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합금조성 및 제조공정의 변경을 거듭하면서 최적의 특성을 갖는 RAFM강을 개발한 상태이다. 또한 이들 원자력 선진국에서는 자체 개발한 RAFM강을 다양한 실험원자로에 투입하여 조사 특성을 평가하는 국제공동사업을 추진해오는 등, 개발된 소재의 특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료의 안정성을 검증하는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핵융합로의 TBM 구조재료로 사용되는데 있어서 RAFM강이 갖는 장점으로는 높은 열전도도, 낮은 열팽창계수, 응력부식균열 저항성, 조상팽윤 저항성 및 이로 인한 조사후 치수안정성, He 취성 저항성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내식성, 고온 크맆특성, 조사취성, 가공성 및 용접성 등의 측면에서는 보완되어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융합로 TBM 내에서 RAFM강의 사용온도범위는 350-550°C 정도로서, 고온 및 저온 한계는 각각 기계적 특성의 열화 및 조사취성에 의해 제한된다. 게다가 ITER의 경우, 핵융합로 사용말기까지 약 150dpa에 해당되는 높은 중성자 조사량이 예측되고 있으며, 따라서 조사취성이 개선된 RAFM강의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의 경우 RAFM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작단계에 있다. 이에 본 과제는 전술된 특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한국형 RAFM강의 개발하고, 개발된 합금을 ITER TBM 구조재로 적용하여 그 성능을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이를 위해 신합금 및 제조공정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Document ID: d2012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