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로 노심재료의 조사손상

고속로의 주요 노심구조물로는 핵연료를 감싸는 피복관과 핵연료 하부집합체를 담고 있는 랩퍼가 있으며, 그 사이로 냉각수가 흐르게 된다 (그림 1). 고성능 노심 구조재료의 개발에 대한 필요성은 핵연료의 연소도가 피복관 재료의 성능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즉, 연소도가 높아지면 노심의 핵연료집합체의 사용기간이 길어지게 되고, 따라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고속로 노심재료는 극한의 가동환경, 즉 고온 및 높은 중성자조사 손상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노심 재료는 void 팽윤, 조사성장, 조사경화, 조사크립, 조사취화 및 헬륨취화와 같은 문제를 나타내게 된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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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고속로에 쓰이는 핵연료집합체의 개략도

Void 팽윤은 조사후 생성된 점결함들이 재결합된 후 격자에 남아있는 과잉 공공들이 void를 형성하게 되면서 일어나게 된다. void 팽윤량은 벌크재의 부피팽창이나,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void의 형상분석을 통해 측정된다. 봉상의 형태를 갖는 우라늄은 약 1020n·cm-2정도의 중성자 조사를 받게 되면 길이가 3배, 직경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조사성장이 일어나게 되며, 이러한 현상은 이방성이 높은 결정계에서 주로 관찰된다. 조사경화란 조사에 의해 재료의 항복강도가 증가되면서 연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주로 0.3Tm(Tm: 재료의 융점) 이하에서 중성자 조사를 받게 될 경우에 나타나며, 조사과정에서 형성된 높은 밀도의 전위루프, void, 석출물 등이 전위를 고착시켜 이동을 막는데 그 원인이 있다. 노심구조 설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는 조사크립의 경우는 조사과정 동안 재료의 열적크립의 누적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며, 이 때문에 재료의 수명이 단축된다. 조사크립의 원인은 전위에 의한 점결함의 응력유도우선흡수(stress-induced preferential absorption, SIPA)와 응력유도우선핵생성(stress-induced preferential nucleation, SIPN)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조사취화는 페라이트계 강에서 종종 관찰되는 현상이며, 흔히 조사 후에 연성취성천이온도(ductile-brittle transition temperature, DBTT)가 증가되는 현상을 일컷는다. 저온에서 급격하게 연성이 감소되는 이유는, 항복응력이 조사에 민감하게 증가되는 반면, 파괴응력은 조사나 온도에 대한 의존성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페라이트 강과 같이 Hall-Petch 상수가 높은 재료일수록 쉽게 취성 파괴를 일으키게 된다. 조사에 의해 발생하는 여러 재료손상 현상 중에서, 재료개발에 있어서 주요 관심사는 void 팽윤, 조사경화, 조사취화, 조사크립에 맞추어져 있는데, 이는 이들이 노심 구조재의 수명을 결정하는 주요 현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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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고속로의 노심재료에서 발생하는 손상에 대한 개략도: (a) void 팽윤, (b) 조사 성장, (c) 조사경화, (d) 조사크립 및 (e) 조사취화 (B. Raj, M. Vijayalakshmi, Comprehensive Nuclear Materials, Chapter 4.03 (2012) 97)

고속로용 페라이트계 강의 조사손상 특성

고속로에 적용하기 위해 우수한 크립저항성을 갖는 페라이트계 강에 대한 개발이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으며, 이러한 합금은 100% 마르텐사이트 또는 페라이트, 또는 두 상의 복합조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조직은 첨가원소의 선택이나 열처리 조절로 선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Cr이 12% 이상, C이 0.03%이하로 첨가된 경우에는 높은 인성을 갖는 완전한 페라이트 조직을 얻을 수 있게 되며, 이 때 C의 함량을 0.1% 정도로 증가시키면 완전한 마르텐사이트 조직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9Cr 페라이트 강은 완전한 마르텐사이트 조직 상태로 활용된다. Cr-Mo계 강의 크립저항성은 Ti, V, Nb 등과 같은 탄화물 안정화 원소의 첨가를 통해 향상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modified Cr-Mo 강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원소들의 첨가는 미세하고 균일한 탄화물을 형성시키며, 전위의 이동을 효과적으로 막음으로써 고온에서의 크립특성을 향상시킨다. 이러한 탄화물들은 대략 1050도 정도까지 안정하며, 따라서 장주기 기계적 특성을 해치지 않는다. 크립저항성이 우수한 9-12Cr계 페라이트 강은 합금원소의 첨가량 및 델타 페라이트의 생성량의 최적화, 마르텐사이트 조직과 전위 조직의 안정성 향상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이러한 합금은 주로 노말라이징 후 템퍼링이 된 상태로 사용되는데, 이러한 상태의 미세조직은 래쓰 마르텐사이트와 오스테나이트 입계에 석출된 조대한 탄화물, 페라이트 입계에 석출된 미세한 석출물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은 장시간 가동조건에 노출될 경우에 안정하게 유지되지 않으며, 다양한 미세조직 상의 변화를 겪게 된다. 예를 들어, 템퍼링 후 형성된 M2X계 석출물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MX계 석출물이나, 금속간화합물 또는 Laves상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림 3). 고온 및 중성자 조사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미세조직 상의 불안정성이 나타나게 되다. 이는 주로 중성자 조사에 의해 생성된 점 결함들과 이들이 복잡한 형태로 결합, 확산, 편석되는 것에 그 원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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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장시간 고온에 노출된 9Cr-1Mo 강에서 생성된 석출물 특성 (a) M23C6탄화물 주변에 형성된 Fe2Mo Laves 상과 (b) Laves 상의 EDS 분석 결과 (V. Thomas Paul, S. Saroja, M. Vijayalakshmi, Journal of Nuclear Materials, 378 (2008) 271)

오스테나이트계 강에 비해 기계적특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페라이트계 강이 고속로 피복관의 후보재료로 각광받는 주 이유 중의 하나는 월등히 우수한 조사팽윤 저항성에 있다. 9-12Cr계 페라이트 강은 선천적으로 팽윤량이 작다. 예를 들어 HT9은 420도에서 200 dpa의 조사손상 후에도 약 1% 정도의 팽윤량을 보인다. 페라이트계 강의 우수한 팽윤 저항성의 원인으로는 (1)침입형 결함의 relaxation 부피가 작고, (2)공공의 이동에 필요한 활성화에너지가 작으며, (3) 전위와 침입형 결함 간의 강력한 상호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된다.

고온에서의 중성자 조사는 결함조직을 변화시키고 제 2상을 형성시키며, 이러한 현상은 재료를 강화하는 효과를 나타냄과 동시에 취화시킨다. 예를 들어, 12Cr 강의 경우 9Cr강에 비해 현저히 많은 탄화물을 석출시키는데 이는 취성파괴에 대한 저항성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또한 고온 조사 하에서는 탄화물의 조대화가 일어나게 되며, 이는 파괴응력을 낮추어 조사경화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도 DBTT를 증가시키는 비경화취화(non hardening embrittlement, NHE)를 일으키게 된다. 고Cr강의 경우 고온 중성자 조사하에서 α’ 석출물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또한 조사경화와 취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델타 페라이트 또한 α’ 석출물을 형성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취성파괴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조사크립 저항성을 향상시키는데 필수적인 요소는 열적크립 저항성과 미세조직의 안정성 측면의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다. 따라서 조사크립 저항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1) 상변태나 냉간가공을 통해 고밀도의 전위조직을 형성시키거나, (2) 고용강화를 통해 격자를 강화시키거나, (3) 석출물들을 입계에 형성시켜 입계를 강화시키거나, (4)특수입계 형성을 촉진하여 입계의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등의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9-12Cr계 강에서는 래쓰형태의 마르텐사이트 입계에 안정하고 미세한 MX계 석출물을 형성시키는 것이 고온에서의 미세조직 안정성 향상을 위해 바람직하다 (그림 4). Thermo-Calc를 이용한 모델링 결과, C의 함량을 0.02%까지 낮추고 고온에서 장시간 유지할 경우, MX 석출물이 M23C6석출물을 소모하면서 안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 정도의 낮은 C 함량으로는 고온에서의 기계적특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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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미세조직 안정성에 (a)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과 (b) 가장 유리한 조직을 비교한 개략도

고속로 노심재료로는 9-12Cr계 페라이트-마르텐사이트 강이 가장 적절하다고 여겨지고 있으며, 따라서 이에 대한 방대한 재료물성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 상태다. 그림 5(a)는 지속적인 개량되어 온 상용 페라이트계 강의 크립특성을 보여준다. W 및 Mo의 함량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크립강도를 향상시켜왔음을 알 수 있다. 열적 크립에 대한 이해는 페라이트계 강을 개발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실제로 중성자 조사 시험을 통한 조사후 특성 평가가 고속로 적용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사항이다. 조사크립은 응력, 온도, 조사량 등에 따라 변한다. 그림 5(b)는 페라이트계 강과 오스테나이트계 강 및 니켈기 합금의 조사크립 특성을 비교한 결과이다. 대표적 페라이트계 강인 HT-9의 경우 316SS 오스테나이트계 강이나, 일부 니켈기 합금에 비해 조사크립 특성이 우수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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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a) 사용 9Cr-1Mo 페라이트강의 100,000시간 크립파단 응력  (P.J. Ennis, A. Czyrska-Filemonowicz, Operation Maintenance Mater., 1 (2002) 1) 및 (b) 페라이트계 강, 오스테나이트계 강 및 니켈기 합금의 조사크립 특성 비교 (M.B. Toloczko, F.A. Garner, J. ASTM Int., 1 (2004) 4)

대부분의 경우 조사크립은 조사팽윤과 함께 일어난다. 조사량이 매우 적을 경우에는 팽윤이 일어남에 따라 크립속도가 증가되지만, 특정 조사량을 넘어서게 되면 크립 변형량은 줄어들게 되며, 또한 매우 높은 조사량에서는 크립변형은 사라지면서 팽윤만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림 6에는 이러한 예로써, 조사량에 따른 크립계수의 변화를 개략적으로 도시하였다.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피복관과 같은 부품에서는 크립에 의한 취화가 중요 현안이지만, 영구지지 구조물에서는 조사경화와 이로 인한 취성이 큰 문제로 대두된다. 노말라이징 후 템퍼링된 상태에서의 9-12Cr계 강의 조직 내에는 MC 석출물이 주를 이루면서 크립강도에 기여하며, 오스테나이트입계나 래쓰 입계를 따라 생성된 Cr의 농도가 높은 M23C6석출물들은 열적 안정성을 향상시킨다. 500도 이상의 온도에서 시효된 9-12Cr계 강의 경우 DBTT가 증가된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러한 취화의 원인은 크게 둘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첨가원소가 오스테나이트 입계로 편석되면서 입계의 결합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며, 둘째는 탄화물이나 금속간화합물의 변화에 있다. 후자의 경우는 미세조직을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장시간 조사후 취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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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조사손상량에 따른 순간 크립변형계수의 변화를 나타낸 개략도

DBTT의 증가는 조사경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DBTT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증거가 고속로에서 약 100 dpa까지 조사된 12Cr계 강에 대해 제시된 바 있는데, 일반적으로 높은 중성자 조사나 고온에 노출될 경우에 나타난다. 이는 강도와 충격 특성이 점결함의 생성과 조사유도 석출물의 생성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페라이트와 같은 bcc 구조의 재료의 경우 조사경화는 0.3Tm이하에서 나타나며, 이 때 DBTT가 현격히 증가된다. 따라서 고속로의 피복관으로 사용될 페라이트-마르텐사이계 강의 경우는 조사취화를 피하기 위한 최저 가동온도는 약 250 정도이며, 최고 가동온도는 열적 크립, 고온 헬륨 취성, 연료 및 냉각재와의 양립성에 의해 결정된다. 다양한 페라이트계 강의 취성 거동을 그림 7에 요약하였다. 약 9%의 Cr이 첨가될 경우에 조사에 따른 DBTT의 증가가 최소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보다 Cr이 증가되면 부식저항성과 가공성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적정 Cr함량은 이러한 특성들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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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다양한 Cr-Mo계 강에서 Cr함량 및 조사량에 따른 DBTT 증가 추이 (A. Kohyama, A. Hishinuma, D.S. Gelles, R.L. Klueh, W. Dietz, K. Ehrlich, Journal of Nuclear Materials, 11 (1997) 252).

페라이트계 강의 DBTT에 영향을 주는 미세조직적 인자로는 오스테나이트 입도, 래스/패킷 크기, 탄화물과 이들의 분포 등을 들수 있다. 일반적으로 입도와 석출물의 크기를 작게하고, 특히 석출물의 경우 그 분포를 균일하게 해주는 것이 DBTT 향상에 도움이 된다.

참고문헌

  1. B. Raj, M. Vijayalakshmi, Comprehensive Nuclear Materials, Chapter 4.03 (2012) 97
  2. V. Thomas Paul, S. Saroja, M. Vijayalakshmi, Journal of Nuclear Materials, 378 (2008) 271
  3. P.J. Ennis, A. Czyrska-Filemonowicz, Operation Maintenance Mater., 1 (2002) 1
  4. M.B. Toloczko, F.A. Garner, J. ASTM Int., 1 (2004) 4
  5. A. Kohyama, A. Hishinuma, D.S. Gelles, R.L. Klueh, W. Dietz, K. Ehrlich, Journal of Nuclear Materials, 11 (1997) 252
Document ID: d20120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