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압력용기강 관련 규정
원자로 압력용기용 저합금강 단조재와 관련된 ASTM의 A508 규격은 1964년 처음 승인되었다. 원자로 압력용기용 강은 압연강(plates)과 단조강(forgings)으로 나누어져 개발되어 왔으며, 압연강은 A533, 단조강은 A508 규격으로 나누어 규정되고 있다. 현재에는 A508 규격상의 단조재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규격에서는 크게 조성 범위, 열처리 조건, 기계적 물성의 세 가지에 관한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원래 A508 강재의 명칭은 각 강재를 Class로 구분하고 동일한 Class내의 다른 강재를 알파벳 A, B 등을 이용하여 구분하였으나, 현재 Class를 Grade로, 알파벳 대신 Class로 바꾸어 구분하고 있다.
4장 3절의 원자로 압력용기강의 종류 및 화학성분표(표?)에서와 같이 A508 Gr. 2, 3, 4N의 P, Cu, S 함량은 제품(product)분석에서 각각 0.015 wt%, 0.10 wt%, 0.018 wt%로 제한된다. 또한, Gr1, 1a, 2, 3, 4N 또는 5는 진공 탈산법을 사용하여야 하고, Si 함량이 최대 0.1%로 제한된다. 단조 후 재열처리 이전에, 단조재들은 오스테나이트가 완전히 변태하기에 충분하도록 냉각되어야 한다. 준비 열처리는 가공성과 이후 열처리 효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적용될 수 있다. ASTM 규정에서는 Gr 2, 3의 예외 규정(S13) 을 제외하고는, 모든 강재의 최소 tempering 온도를 명시하고 있다. Gr.2 class 1, Gr. 3 class 1의 최소 tempering 온도는 1175°F[635°C]이고, PWHT 온도는 1150°F[620°C]를 넘지 않아야 한다.
또한 ASTM A508에서는 각 강재들을 사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계적 물성을 강도와 인성 두 가지 측면에서 규정하고 있다. 강도에 있어서는 최소 인장강도 및 항복강도를 제한하고 있고, 인성에 있어서는 특정 온도에서의 최소 흡수 에너지를 제한하고 있다. 압력용기용 강의 화학조성은 압력용기용 강으로 요구되는 강도-인성 조합, 용접성, 중성자 조사 취화 특성 등에 의해 결정된다.
원자로 압력용기의 건전성 관리 규정
원자로압력용기는 원전의 안전성 보장에 있어서 최우선의 관심 대상 기기이다. 특히 고온 고압에 견디기 위해 매우 두꺼운 합금강으로 제작되는 원자로용기는, 가동중 고온 고압과 함께 중성자 조사에 의해 재질의 열화가 진행되며, 사실상 교체가 불가능하여 원전의 공학적 수명을 결정짓는 부품이라 할 수 있다. 원자로 압력용기의 노심대 재료(beltline material)는 가동 중 심한 고속중성자 (E>1MeV) 에 조사되어 파괴저항성이 떨어지는 조사취화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의 압력용기재료는 가동 중에 감시시험을 통하여 조사취화의 경향 및 그 정도를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원자로용기의 감시시험편을 이용하여 파괴인성 시험을 직접 수행하기에는 크기와 수량에 제한이 있으므로, 일반적인 감시시험에서 조사취화는 샤르피 충격시험결과로서 간접 평가한다. 이러한 기술규정은 1970년대 초반부터 최초로 제정된 이후 지속적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더욱 세분화되고, 기술적으로 진보하여, 원전의 안전성을 보다 확실하게 보증할 뿐 아니라 최적화된 설계와 제작, 운영이 가능하여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기술배경이 되어왔다.
원자로 압력용기용 강재의 개발 과정
원자로 압력용기용 강은 초기에 보일러용으로 사용되던 강을 시작으로 이후 점차 개발이 진행되어 왔으며, 현재 원자로 압력용기용 소재로 독립적인 규격을 확보하여 사용되고 있다. 그림 1에 원자로 압력용기용 강재의 개발 역사를 요약하여 도시하였다. 원자로 압력용기용 강은 압연강(plates)과 단조강(forgings)으로 나누어져 개발되어 왔다.
압연재료의 경우, 초기에 사용되었던 C-Mn계 A212B 강은 보일러용으로 사용 실적이 양호해서 압력용기로 채택되었으나 낮은 강도로 인하여 고강도강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Mo에 의해 강도 향상이 이루어진 Mn-Mo계 A302B 압연재가 개발되었다. 원자로용기의 대형화에 따라 더 두꺼운 소재가 요구되었고, 이를 위해 경화능(hardenability) 향상이 필요하여 Ni을 추가한 Ni-Mn-Mo계 modified A302B 강재가 개발되어 향상된 경화능으로 인해 보다 균일한 특성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후 A302B는 A533 class A로, modified A302B는 Ni 함량에 따라 A533 class B (Ni : 0.4~0.7 wt%)와 A533 class C (Ni : 0.7~1.0 wt%)로 독립적인 규정으로 바뀌었다. 이중 A533B는 German 20MnMoNi55 강과 조성적으로 거의 동일하다.
단조재 역시 이와 비슷한 과정으로 개발되어 왔는데, 초기에는 modified A302B가 Al-탈산, 대기 주조(air-cast) 상태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Ni이 인성은 증가시켰지만, Ni, Mn, Al이 어우러져 수소균열의 가능성(hydrogen flaking susceptibility)를 증가시켰고, 그 외에도 Al 탈산으로 인한 청정성의 문제를 야기하여 단조재로는 적당치 않은 것으로 판명이 났다. 그 이후에 강도, 파괴인성, 용접성 등은 modified A302B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소균열에 강한 강종으로 Mn을 줄이고 경화능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Cr을 0.35 wt% 첨가한 Si 탈산강, modified A336 강종이 개발되었다. modified A336강은 이후 A508 cl.2로 개칭되었다. A508 cl.2강은 피복용접층 바로 밑 모재 열영향부에서의 언더클래드 균열(underclad cracking)에 취약한 단점이 있어, Cr 을 줄인 A508 Gr.3 (이전에는 Grade 대신 Class 사용)강으로 대체되었다. 이렇게 개발된 A508 Gr.3강은 판재인 A533과 유사하나 축방향 용접부가 필요없는 압력용기를 제조할 수 있고 미세조직도 치밀하여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용해공정 및 용접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불순물을 잘 조절할 경우 Ni의 함량이 높더라도 중성자 조사취화 저항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Cr과 Ni이 대폭 첨가된 강종으로 강도와 인성의 잇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A508 Gr.4N 압력용기강의 적용연구가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A508 Gr.4N은 고강도 Ni-Cr-Mo계 강종으로 HY-80(A508 Gr.4N, class 1), HY-100(A508 Gr.4N, class 2)라고도 불리는 소재이다. 뒤에 붙은 첨자 ‘N’의 의미는 19841995년도 사이에 붙여진 것으로, ‘nuclear’ 의 의미로 이 소재의 원래 개발 배경인 ’marine’과 구분하기 위해 붙여진 것이라 추정된다. A508 Gr.5강은 class 1과 class 2로 분류하고 있는데, V 함량을 제외하고는 화학적 조성이 A508 Gr.4N과 동일하다. A508 Gr.5의 V 함량 범위는 0.020.08%인 반면, A508 Gr.4N에서는 V 함량이 최대 0.03%로 제한되어 있다. A508 Gr.22, Gr.3V, Gr.3CV는 modified Cr-Mo강으로 석유화학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 분야 외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소재이다.
그림 1. 원자로 압력용기강 변천 개략도
원자로 압력용기용 강재의 조사취화특성
금속의 파괴거동에는 소성변형 후에 파괴가 일어나는 연성파괴와 소성변형이 일어나지 않고 탄성영역에서 그대로 파괴가 일어나는 취성파괴가 있는데, 결정구조가 bcc인 금속은 파괴형태가 연성파괴에서 취성파괴로 급격하게 변하는 연성-취성 천이온도를 갖고 있다. 원자로 압력용기 재료로 사용하는 저합금강도 결정구조가 bcc이므로 연성-취성 천이온도를 갖고 있으며 저온에서 취성파괴를 일으킨다. 이러한 취성파괴는 중성자 조사에 따른 재료의 손상(radiation damage) 의해 더욱 촉진되어 연성-취성 천이온도를 고온측으로 이동시키는데, 이와 같이 가동 중 중성자 조사에 의해 그림 2와 같이 연성취성 천이온도가 증가하고, 경도와 강도치가 증가하는 현상을 중성자 조사취화 현상이라 말한다. 조사손상이란 중성자와 같은 높은 에너지의 입자를 물질에 조사하는 경우 입사입자와 격자원자의 충돌에 의해 재료의 물성이 저하되는 현상을 말한다. 입사입자와 격자원자의 충돌과정에서 에너지가 전달되어 원자공공(vacancy)과 격자간 원자(interstitial atom)가 형성되며, 이러한 결함은 추가적으로 전위루프(loop) 및 보이드(void)와 같은 2차원, 3차원적인 결함을 형성시킨다. 이러한 결함은 재료를 경화시키며, 궁극적으로는 연성취성 천이온도를 상승시켜 재료의 인성을 감소시킨다.
이러한 중성자 조사 취화는 화학적 조성, 중성자 조사량, 조사 온도, 응력상태, 환경적인 요인간의 복합작용 등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전위루프 형성 및 미세공공의 형성, 탄화물, 질화물 등의 석출물 형성, P나 S 등의 불순물의 집합체 형성 등의 기구에 의해 조사 취화가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중성자 조사 취화 저항성을 개선하기 위하여 합금원소의 조절과 미세조직 제어를 통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중성자 조사 취화는 Cu 함량에 일차적으로 비례하며, 중성자 조사로 인해 촉진된 Cu 석출물, Cu의 입계편석, 미세공공 등의 결함과 Cu 용질원자와의 결합 등의 원인으로 조사취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Co, S, P 등의 불순물 및 Mn, Ni 등도 조사취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P는 중성자 조사로 인한 입계편석으로 인해 그 악영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Ni의 중성자 조사 취화에 미치는 영향은 정립되지 않고 있다. 기존의 연구 결과에서 Ni은 단독적인 취화를 일으키기보다 Cu 원자와 상호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Cu의 첨가량을 제한함으로써 Ni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림 2. 원자로 압력용기강의 조사취화특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