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개발에 걸린 시간은 3년, 제품 생산과 성능 검증을 위한 시간은 12년이었습니다. 아레바와의 특허소송 등 계속된 난관에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위기 때마다 성능을 입증해 준 ‘HANA’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원자력 R&D 역사상 최고액 기술이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최초의 영년직 연구원 선정, 7년 연속 우수과제 표창,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 연구자로서의 최고의 영예는 물론 초고액 기술이전 대박 신화까지 이룬 거머쥔 과학자가 있다.

핵연료 피복관 HANA를 개발하고 지난해 12월 한전원자력연료와 기술이전을 체결한 정용환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재료개발부장이 주인공이다. 핵연료 피복관은 핵분열 물질인 우라늄 소결체(pellet)를 감싸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1차 방호벽으로 원전의 핵심 부품이다. 원자력 발전용 소재 연구는 발전소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개발도 어렵고 검증 시간이 많이 걸려 원자력 원천기술 연구의 꽃이라 불린다. 피복관 국산화를 위해 한 길을 걸어온 정용환 부장을 만났다.

피복관 개발의 꿈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1991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장학생 자격으로 독일 원자력 기업 KWU에 파견되면서 부터 시작됐어요. 당시 독일은 지르코늄 신합금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었는데 그걸 보고 우리나라도 자체 개발 소재를 갖지 않으면 원자력 기술 자립은 이뤄질 수 없음을 깨달았죠. 곁눈질로 지르코늄 개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면서 한국에 돌아와서 해야할 연구에 대한 꿈을 키웠어요.

피복관 개발에서 기술 이전까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는데요. 700종에 달하는 후보 합금에 대한 기초 연구를 토대로 합금 설계, 제조 및 평가시험 등의 과정을 거쳐 2000년 중성자 방사능에 노출되도 잘 깨지지 않는 지르코늄 성분과 주석, 철, 크롬 등을 조합해 새로운 피복관 소재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소재 개발을 완료하고 시제품을 제작해야 하는데 한국에선 품질 보장이 안됐어요. 또 한국의 기술 성장을 원치 않았던 미국과 유럽이 한국 시장 개척을 염두에 두고 시제품을 만들어줬습니다. 2001년 외국의 선진 핵연료 회사들이 개발한 최신 신소재 피복관보다 부식 및 변형 저항성이 40%이상 향상된 ‘HANA 피복관’ 시제품이 탄생했죠.

시험평가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아레바와의 특서 소송 승리도 유명한 일화인데요. 2004년부터 노르웨이 할덴(Halden) 연구용 원자로에서 4년간 성능 시험 결과 HANA가외국의 신소재 피복관부다 50%이상 부식서항성이 뛰어나고 노내 성능도 40%이상 우수하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할덴 결과를 근거로 국내 상용로(원전) 연소 시험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HANA를 장전하겠다는 국내 원전은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기술을 몰라준다고 야속해하기도 했지만 내가 사업자 입장이었다면 그들보다 더 보수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2010년 프랑스 아레바와의 특허소송은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 개발 사상 외국과의 첫 특허소송이었어요. 세계 최대 회사가 우리 특허를 무효화시키기 위한 소송을 시작한 자체가 우리의 기술을 인정한 것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죠.

기술 이전까지 마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이신가요? 기술 이전이 끝이 아닙니다. 모든 R&D분야가 빠르게 변화하는 것처럼 피복관 소재 역시 신형 원자로에 맞춰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차세대 원전인 소튬냉각고속로 등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극한 환경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나태낼 수 있는 원전형 신소재 개발에 남은 연구인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새내기 연구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연구자는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공무원이나 직장인이 아닙니다.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연구 결과도 달라진다고 믿습니다. 평범하게 주어진 조건에 피동적으로 움직이면 자기개발은 요원하다는 진리를 잊으면 안됩니다.

[저작권자: 원자력 뉴스레터 2013년 1-2월호]
News ID: n2013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