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자력 연구진이 독자 개발한 핵연료 소재 관련 원천 기술을 놓고 세계 최대 원자력 기업과 7년 여에 걸쳐 벌인 국제 특허분쟁에서 최종 승리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정연호)은 원자력재료개발부 정용환 박사 팀이 자체 개발한 지르코늄 합금 핵연료 피복관인 ‘하나(HANA) 피복관’ 관련 유럽특허에 대해 프랑스 아레바(AREVA) 사가 유럽특허청(EPO)에 제기한 이의 제기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안대로 특허성을 인정한다’는 최종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EPO는 세계 최대 원자력 기업인 아레바 사가 정 박사팀이 지난 2004년 EPO에 등록한 ‘하나 피복관’ 관련 유럽 특허가 기존 특허에 비해 새로울 게 없다며 2011년 3월 제기한 특허 이의제기에 대해 2년여에 걸친 심리 끝에‘특허가 무효라는 주장은 법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특허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이번 결정은 EPO가 2005년 아레바 사가 제기한 1차 이의 제기를 2010년 10월 기각 판정한 데 이은 두 번째 기각으로, 더 이상의 항고가 불가능한 최종 판결이다.

※ AREVA(아레바)는 우라늄 채광, 농축, 원자로 설계 및 제작, 재처리, 원자력 시설 해체 등 원자력 발전 및 핵연료 관련 모든 기술 분야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세계 유일의 회사로, 2013년 연 매출 93억 유로(약 13조 원)를 기록한 세계 최대 원자력 기업이다. 1958년 Framatome(프라마톰)으로 설립돼, 2003년 Cogema(코제마), Technicatome(테크니카톰)을 합병해 거대 기업 AREVA로 새출발 했다. 프랑스 국영 CEA(원자력청)가 지분의 78.9%를 보유하는 등 프랑스 정부 기관 지분이 90%를 넘는 준국영 기업이지만, 원자로 개발을 담당하는 자회사 AREVA-NP의 경우 독일 Giemens사가 34%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다국적 기업이기도 하다.

2005년부터 7년여에 걸쳐 아레바사와 벌여온 국제 특허분쟁에서 최종 승리함으로써 우리 원자력계가 독자 개발한 원천기술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

핵연료 피복관은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인 핵연료의 핵심 부품임에도 국내 독자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유일한 부품으로, 개발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요구돼 아레바와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등이 세계 시장을 장악해왔다.

정용환 박사 팀은 1997년부터 15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기존의 상용 피복관은 물론 원자력 선진국들이 개발한 최신 신소재 제품보다도 성능이 대폭 향상된 ‘하나 피복관’을 개발함으로써 원자력 소재 분야에서 10~15년의 기술 격차를 극복하고 선진국과 대등한 기술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지난해 12월 국내 원자력 연구개발 사상 최고의 기술료인 100억 원을 받고 산업체에 이전돼 상용화 절차를 밟고 있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피복관 소재 국산화에 따른 경쟁력 강화로 연간 5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승리는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주 및 UAE 원전 수주 등 최근 세계 원자력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의 원천 기술 확보를 저지하기 위한 원자력 선진국의 소송 공세에 정면으로 맞서 얻어낸 승리로, 우리나라 원자력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원천기술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 핵연료 피복관은 우라늄 핵연료를 감싸고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1차적인 방호벽이자, 핵분열 연쇄반응으로 발생하는 열을 냉각수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핵심적인 부품이다. 고온고압의 원자로 환경에서 견딜 수 있도록 부식저항성, 변형저항성이 강하고 중성자 흡수성이 낮으면서도 우라늄 핵연료가 효과적으로 연소되도록 고연소도의 성능을 발휘하여야 하기에 재료공학은 물론 원자력과 기계, 물리, 화학 등을 아우르는 첨단 기술이 요구돼 미국, 프랑스 등 소수 선진국이 세계 시장을 독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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