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부품 소재의 수명을 예측한다
– 슬러지 억제하는 pH 조절제와 pH 값 최적 조합, 원리 규명 –
◻ 물과 금속을 함께 사용할 때 슬러지, 즉 ‘녹’은 가장 큰 위협요소다. 냉각수 속에 금속 전열관이 들어있는 원전도 마찬가지다. 전열관 표면에 붙는 슬러지를 획기적으로 줄여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는 수화학(水化學)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국내 최초로 원전 증기발생기 전열관 슬러지 부착 모사 실증장치와 슬러지를 저감할 수 있는 수화학 기술을 개발했다고 4월 20일 밝혔다. 이 기술은 원자력분야 전문 학술지 「Annals of Nuclear Energy」 4월호에 게재됐으며, 많은 다운로드 횟수를 보이며 학계와 산업계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원자로에서 핵분열로 발생한 열은 전열관을 통해 증기발생기 속 냉각수로 전달되어, 증기를 만들고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 전열관 표면에 슬러지가 붙으면 냉각수로 열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슬러지가 붙은 부분은 부식이 가속화될 뿐 아니라, 유로(流路) 막힘이 발생하고 비파괴 검사의 신뢰도도 떨어트린다.
- 현재 원전에서는 냉각수가 금속으로 된 전열관을 부식시키지 않도록 증기발생기 속 냉각수에 pH 조절제를 첨가해 알칼리성을 유지하는 기술을 사용한다.
◻ 전순혁 박사와 이지민 박사는 여러 조합을 비교 분석해 전열관에 부착되는 슬러지 양을 최소화하는 pH 조절제 종류와 pH 값을 찾아냈다.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에탄올 아민으로 pH9를 유지할 때보다 암모니아로 pH10을 유지할 때 슬러지 양이 최대 68% 줄어들었다.
- 연구팀은 먼저 증기발생기 속에서 슬러지가 발생하는 실제 모습을 구현할 수 있는 실증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 장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 크기의 수많은 구멍이 존재하는 슬러지를 정확히 모사할 수 있다. 이 실증장치를 활용해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하는 다양한 pH 조절제와 pH 범위의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
- 현상 뿐 아니라 그 원리까지 알아냈다. 물 속 나노입자가 갖고 있는 전하 크기를 나타내는 제타 전위(zeta potential) 개념을 이용해 수화학 조건에 따른 슬러지 입자의 변화를 규명함으로써 슬러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원리를 학술적으로 입증하는 성과도 이룬 것이다.
◻ 연구를 이끈 허도행 박사는 “이 기술은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직접적으로 pH 조절제 변경을 위한 원전 사업자와 규제기관의 기술적 근거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